Q2. 취재를 하면서 특별히 신경쓴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문영 기자: 정책 언어는 대개 시민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일반 시민과 독자들이 이해하기엔 불친절하고 어렵습니다. 의료취약지역과 공공의료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는 정책 결정권자의 역할이 크겠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시민의 여론입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란 사실에 공감하는 여론이 형성돼야 정책도 시민의 필요에 따라 추진될 수 있습니다. 메디컬드라마라는 형식은 어려운 의료 정책·언어를 시민과 독자들에게 쉽고,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틀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기사는 ‘팩트’만 풀어주면 되지만 이야기가 강화된 글이나 기사는 팩트에 더해 장면을 포착해야 합니다. 팩트는 설명을 듣거나 찾아서 기록하면 되지만, 장면은 등장인물을 설정하고, 각 인물들이 놓인 현장을 옮겨 담고, 현장에서 오간 대화와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와 공기까지, 가능한 모든 재료를 수집해야 합니다. 그래야 드라마의 사실성과 생동감이 확보됩니다. 취재 시간은 늘어나고 기록해야 할 양은 많아집니다. 무엇보다 현장에 밀착한 취재가 중요해집니다. 그러기 위해 병원 차원의 협조와 현장 의료진의 동의·도움을 얻어내는 과정,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하고 거리를 유지하는 과정들이 제겐 모두 중요했습니다.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환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드라마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의료는 환자들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의사들을 위해 환자가 있는 게 아니라 환자가 있으므로 의사들의 사회적 가치도 높아지는 겁니다.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대개의 메디컬드라마의 주인공들 역시 의료진이고 환자는 그들의 스토리를 채우는 부차적인 존재들입니다. 한겨레가 만드는 메디컬 드라마에선 환자들의 이야기가 최대한 중심 안에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Q3. 기사에서 언급됐지만, 영월·평창·정선의 종합병원은 188병상 뿐인 영월의료원이 유일한데요. 이 사실 자체로도 열악한데, 의료진을 구할 수 없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죠. 이런 의료취약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문영 기자: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주치의제도 등 정책 대안들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현 정부의 정책 수립 방안으로도 올라가 있습니다. 사실 언론이 다루는 대부분의 이슈들엔 대안이 이미 제출돼 있습니다. 대안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정책 의지입니다.
다른 한편에서 시민과 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취약지의 곤경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대도시에 사는 다수 시민들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이렇게 방치될 리가 없습니다. 이런 말엔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을 겁니다. 인구가 적으니 병원이 적고, 의사가 적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건 당연하다는 반응은 기사에 달린 댓글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민간 의료를 두고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공공의료는 다릅니다. 어찌 보면 그 당연하다는 시선 때문에 누군가의 현실은 변하지 않고 고착돼 버리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당연하다는 ‘우리’의 상식 안에서 한국 사회의 모든 지역간 불평등은 무성하게 자라나는지도 모릅니다. ‘도시에서 사는 이유가 그래서 아니냐’, ‘싫으면 대도시로 나와서 살아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쉽지만, 그곳이 떠날 수 없는 삶의 유일한 공간인 사람들에겐 의료 불평등의 책임을 그들에게 떠넘기는 잔인한 말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모르는 불평등이 남의 일만은 아니란 사실, ‘우리’를 도시로 보내고 시골에 남아 계시는 ‘우리’ 부모님의 일이란 사실, 그리고 언제든 나 자신의 일이 될 것이란 사실. 나의 세계, ‘우리’의 세계를 벗어나 ‘세계 밖’에 대한 감각의 두께를 키울 때만 부당한 현실도 바뀔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