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여러 벗님들께서 채윤태 기자 목소리 듣기를 바라셨습니다. 채윤태 기자 환영합니다! 이번엔 <포주의 문자로 본 성착취 산업 생태계>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성착취 산업 구조를 밝혀냈어요. “성매매 집결지에 있는 업소를 제외한 나머지 성매매 업소는 100% 성매매 포털에 온라인 광고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기사 속 현실,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번 기획 어떻게 진행하시게 됐나요?
채윤태 기자: 2022년 10월 한겨레에 제보가 왔습니다. 최근 휴대전화를 개통했는데, ‘포주(성매매 알선업자)의 번호인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정리해 같은 해 12월에 보도했고, 이후 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고 성매매 사이트 등을 모니터링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 상담센터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지난해 제가 젠더팀에서 일하게 된 뒤 이를 분석한 자료를 제공받았습니다.
분석 내용을 보니, 성매수자의 예약 문의가 밤낮 가리지 않고 쏟아진 것은 물론, 성매매 DB 관련 문자, 성매매 알선사이트 관련 문자, ‘경찰 단속 알리미’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성매매 산업 관계자들의 문자 메시지가 와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어떻게 돈이 오가고 성매매 알선이 이뤄지는지 ‘산업’의 구조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착취의 피해자인 여성은 이 산업 구조에서 소외돼 있었고, 수익 창출과 단속 회피라는 성매매 업소와 성매수자들의 필요에 따라 공고한 산업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Q2. 취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을까요?
채윤태 기자: 2019년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사이트 ‘밤의 전쟁’이 폐쇄되면서, 이미 성매매 알선사이트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와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보도에서는 이들이 어떤 구조로 범죄 수익을 만드는지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실제 이 성매매 구조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한데, 성매매 업소, 알선사이트, 성매매 여성, 성매수자들은 단속을 피해 숨어있기 때문에 접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성매매 알선업자를 접촉했을 때, 제가 성매매 업소를 창업하려는 사람인 척 위장하기도 했습니다. 취재 도중 업자에게 기자임이 들킬뻔 하는 등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Q3. 성매매 산업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현상으로 인해 현장 단속이 쉽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누구나 손쉽게 성매매에 접근 가능해진다는 것을 기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했는데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채윤태 기자: 돈의 흐름을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되지 않으면 ‘성매매 산업’도 위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성매매 업소, 알선사이트가 단속이 잘 되지 않고, 되더라도 벌금 정도만 내면 됩니다. 벌금이라는 기회비용에 비해서 너무 큰 경제적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성매매 산업이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법부에서 성매매 업소, 알선사이트, 성매수자를 무겁게 처벌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에서 성매매 여성은 단속하기 쉽습니다. ‘성매매 되나요?’ 물어보고 ‘언제 어디까지 와라’라는 답만 들어서 성매매처벌법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단속을 피해 숨어든 업소, 성매수자, 알선사이트 단속은 어렵습니다. 업소 등은 단속하기 위해서 더 많은 수사력이 필요한데, 법원에서 너무 가벼운 처벌을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는 수사력을 집중하기도 어렵다고 항변합니다. 적극적인 처벌이 적극적인 단속의 동기가 될 것입니다.
Q4. 게임업계 사상검증 논란 당시에도 ‘열일’한 한겨레 젠더팀이죠. 당시 한겨레 보도를 보고 많은 분들이 ‘여성 혐오 핵심을 잘 짚는 기사’라며 한겨레를 응원하고 새롭게 벗이 되어주셨어요. 당시 보도하며 가장 신경쓰고 중점을 뒀던 지점들이 있나요?
채윤태 기자: ‘집게 손 모양’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게임 제작자가 페미니스트이고, 페미니즘은 남성혐오이기 때문에 게임 제작사가 이를 만든 여성 직원을 잘라야 한다는 주장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확산됐습니다.
여러 층위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은 합리적인가? 페미니스트라서 잘라야 한다는 주장이 맞는가? 페미니즘은 남성혐오인가? 게임 유저 중 일부에 불과한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을 게임 제작사가 수용해야 하는가? 왜 여성 직원에 대해서만 이러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는가?
남초 커뮤니티 쪽에서는 계속해서 이런 층위의 논의들을 배제한 채 ‘페미 잘라라’는 비합리적인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가 제작한 제작물이 아닌 것이 드러났음에도, 제작한 직원이 페미니스트가 아님에도, 또는 페미니즘이 남성혐오가 아님에도 남초커뮤니티에서는 계속해서 비합리적인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고민을 담아 게임계 페미니즘 사상 검증에 대한 기획기사를 따로 쓰기도 했습니다.
Q5. 젠더 기자를 향한 편견, 특히 여성 젠더 기자가 성평등 보도를 하면 페미니스트 여성이라고 공격당하는 일은 여전히 비일비재 합니다. 실제로 한겨레 젠더팀 내부에서 이런 고충은 없는지요? 채윤태 기자는 ‘성평등 보도를 하는 남성 기자’잖아요. 다른 경험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젠더 보도를 할때 신경쓰거나 고민하는 지점도 궁금합니다.
채윤태 기자: 젠더팀에 오기 전, 선후배들로부터 “프로필 사진을 내리는 게 좋을 것”이라며 많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지난해에는 셀 수도 없는 이메일과 댓글로 욕설과 비난, 위협을 받았습니다. 모 사이트에 ‘남페미’, ‘날조기사 작성 기자’라고 제가 ‘박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남성 기자가 아니었더라면, 더 큰 위협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여성 기자들이 겪었을 두려움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제 신상을 캐거나, 저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데 대해 두려움이 들기도 했지만, 많은 독자와 후원자분들의 응원과 제보로 포기하지 않고 취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Q6. 한겨레는 국내 언론사 최초로 젠더데스크를 설치하고, 젠더팀을 신설했습니다. 이런 한겨레 안에서 젠더보도를 한다는 점이 큰 힘이 될 때가 많나요? 젠더팀의 일원으로서 바라보는 한겨레 뉴스룸 분위기를 들려주세요.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할 점도 알려주세요.
채윤태 기자: 취재 현장에서 젠더팀을 알고 계신 분들에게 응원과 도움을 받기도 하고, 모르는 분들도 명함을 보고 “한겨레엔 젠더팀이 따로 있어요?”하고 반가워하시기도 합니다. 그럴 때 처음으로 젠더데스크, 젠더팀을 설치한 한겨레가 자랑스러워집니다.
모두가 예민하다고 생각해 피하는 젠더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팀이 있어서, 항상 모든 사안을 성평등의 관점에서 집중해서 고민할 수 있습니다. 유일하게 젠더팀을 운영하는 한겨레지만, 사회, 정치, 경제, 노동 등 많은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고민, 취재하기에는 지금 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취재 인원이 보강된다면 조금 더 넓은 영역에서 깊은 고민을 하는 기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 [Q5/Q6 질문과 관련해 참고하세요!]
Q7. 다시 <포주의 문자로 본 ‘성착취 산업 생태계’>로 돌아와 이번 기획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어 말해주세요. 독자들이 꼭 알아줬으면, 기억해줬으면 하는 부분을 말씀해주셔도 좋고요.
채윤태 기자: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이며 “개인간의 자유로운 거래로 볼 수 없다”는 2016년 헌법재판소의 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매매 생태계가 포주, 알선사이트 등 그들만의 필요에 의해서 발전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점점 여성들이 소외되고 있는 성착취의 현실을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8. 채윤태 기자 고맙습니다! 끝으로 겨리포터와 불사조기자단 공식질문 드릴게요
채윤태 기자에게 ‘성평등’이란?
채윤태 기자: 개인이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에 따라 판단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상적 지향점이 아닌, 누군가의 삶과 생존이 걸렸을 수 있는 사회의 과제입니다.
채윤태 기자에게 ‘한겨레’란?
채윤태 기자: 기자가 되고 싶었던 동기였습니다. 그냥 기자가 아니라, 한겨레 기자이고 싶었고,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