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리 기자] 안녕하세요 박현 신임 뉴스룸국장
이제 한겨레 새 편집국장이 되면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되었습니다~ 바로 겨리 기자와의 인터뷰!
인터뷰해주어 고맙습니다. 후원회원님들께 인사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겨레 신임 뉴스룸국장 박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최근까지 한겨레 논설위원으로 일하며 경제와 국제, 한반도 관련 사설과 칼럼을 썼고, ‘논썰’에도 가끔 등장했습니다. 혹시 유튜브 ‘논썰’을 즐겨 보셨던 분이라면 저를 보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1994년 <한겨레>에 입사했으니 올해로 29년째가 되었습니다. 29년 간 한겨레에서 사회, 생활과학, 경제, 국제, 한겨레21 등 여러 부서를 거쳐왔습니다. 저연차 때는 사회부 기동취재팀에서 인권,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당시 1995년 5.18 특별법 제정에 제 기사가 나름 기여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며 경제부에서 활동했습니다. 2004년 시경캡(서울경찰청을 출입하며 기동취재팀 지휘) 발령을 받아 다시 사회부로 갔습니다. 그때 기동취재팀이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위장전입을 통한 땅 투기 의혹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다시 경제부로 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를 담당하며 2006년 ‘큰 정부-작은 정부 논란’ 기획을 하면서 조세를 통한 재분배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2012년부터 3년간 워싱턴특파원을 했습니다. 국제 분야는 제가 2001년 국제부 근무 시절 9·11 테러를 취재하며 문제의식을 길렀고, 워싱턴특파원을 하면서 미국의 패권적 속성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를 폭로한 연속 보도로 관훈언론상 국제보도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정치나 법조 출입 경험은 없지만 권력의 속성에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사회 전체에 직간접적으로 커다란 영향이 미치기 때문입니다. 모피아(재정·금융 관료)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관료 부패 문제를 깊이 천착해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널리스트의 삶은 매일 기사 압박에 시달리고, 분초를 다투며 기사를 마감하는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길게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가는 긴 여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회의 여러 분야를 경험하고, 다양한 층위의 사람을 만나며 온갖 사건 사고를 취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오랜기간 전투를 치르는 것 같은 삶을 살아왔지만, 그것이 저널리스트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며, <한겨레> 덕분에 저 또한 그런 길을 걸어왔습니다.
[겨리 기자] 와, 29년이라니~ 긴 시간을 함께한 만큼 한겨레, 그리고 한겨레 뉴스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한겨레 편집국장으로 임하는 각오가 궁금합니다.
일련의 사건들로 한겨레는 창간 이래 최대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새로운 대반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엄중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고, 반드시 대반전을 이뤄내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한겨레의 현재 위기는 결국 저널리즘의 본질적 위기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저널리즘은 그 사회의 핵심 이슈들에 대해 시민들에게 올바른 판단 잣대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저널리즘의 본질적 기능입니다.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과도한 검찰권 남용 행위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엄정하게 해 나갈 것입니다. 또 권력감시 기능과 함께 우리 사회 미래를 결정할 주요 이슈들에 대한 취재 역량과 보도를 강화하겠습니다. 진영논리를 배격하고 ‘독립적이고, 신뢰할만하며, 정확하고, 포괄적인’(Independent, Reliable, Accurate, Comprehensive) 보도를 지향하는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세우며 한겨레의 영향력과 신뢰를 회복하고 대반전을 이뤄내겠습니다.
<한겨레>는 불과 6년 전에 국정농단 사태 보도를 주도하며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호자’로서 큰 일을 해낸 저력을 가진 조직입니다. 편집국의 힘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한겨레를 만들어나가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겨리 기자] ‘대반전’을 만들기 위해 뉴스룸에 여러 변화가 있을것 같은데요, 구체적 뉴스룸 운영 계획을 좀 더 들려주세요.
권력감시와 민생 이슈에서 파괴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권력의 남용과 부정부패, 경제·사회 분야의 실정을 감시·견제하는데 주력하며, 검찰권력의 정치적 이용,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일탈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입니다. 부동산과 복지, 교육 등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접 관련된 이슈들을 주요하게 다루고, 지난 몇년간 <한겨레>가 관심을 기울여온 기후·젠더에 더해 인구 문제도 새 어젠다로 이끌어 가겠습니다. 미래형 이슈들에 대해 강하게 밀고 나갈 생각입니다. 주요 영역에서 현장팀을 탄탄하게 꾸려 콘텐츠 생산 역량을 강화할 것 입니다.
법조 시스템은 공판 중심으로 바꾸겠습니다. 신뢰 위기가 그 전부터 있긴 했지만 ‘편집국 간부 금전거래 사건’으로 한겨레는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겨레 법조 기사에 대해 독자들이 불신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검찰 취재 중심으로 되어있는 현재 법조팀을 법원 공판, 변호사 등 외곽취재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자 합니다. 한국 언론사에서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는 공판 중심 보도를 실험하고 새로운 법조 취재 및 보도 모델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구체적 실행방안 만들어 대외에도 공표할 예정입니다. 또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제도 개선 제안을 바탕으로 저널리즘책무실과 함께 윤리 시스템의 재정비에 나서겠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한겨레 미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절대적 과제라 생각합니다. 뉴스룸국 내 신설된 뉴스 서비스 총괄 단위에 대폭 권한을 주어 변화를 가속화하겠습니다. 디지털 독자와, 후원회원들께도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겨리 기자] 끝으로 늘 한겨레를 믿고 격려해주시는 후원회원님들께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저는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당시 대학 3학년이었습니다. 1980년대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 한겨레신문은 저에게는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당시 대학에서 한겨레신문 구독자 모집 활동을 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당시에는 한겨레신문에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독하는 것만으로도 정보기관의 감시대상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새 신문’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뭉친 창간 세대 한겨레 구성원들은 보수·수구 일색의 한국 언론 지형에 커다란 파열음을 냈고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의 소임을 다해왔습니다. 이것은 창간 주주 님들과 구독자 님들이 든든한 뒷받침을 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35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또다시 권위주의 시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언론 지형 또한 그때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에 따라 과도한 진영 논리가 지배하고, 디지털에선 자극적이고 편향적이며 선정적인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저는 변화된 시대적 환경 속에서 한겨레신문이 35년 전처럼 한국 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온힘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그 길에 후원회원 여러분들께서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시길 기원합니다.